긴비의 장마논단

[장마논단 -3] 포항 앞바다~ 검은 피. 네게 보여주고 싶어

Ginbee's Wonderland 2024. 6. 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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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드디어 진정한 산유국이 될지도 모릅니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을 밝힌 후, 언론의 장밋빛 보도가 넘치고 에너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지진 전문가는 유전 개발에 따른 지진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고, 포항 지역 부동산이 수혜를 입을 거라는 보도 역시 쏟아지고 있다.

 

축하할 일이다.

 

현대 문명의 검은 혈액. 원유가 우리 땅에서 나온다는데, 굳이 나오면 안된다고 제사를 지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총선 패배와 지지율 하락, 레임덕을 앞둔 노련한 검사 출신 대통령의 프로파간다 전략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시국 인식이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고 했던가.

 

채상병 특검, 본인의 배우자와 관련한 의혹 등. 정치적 위기에서 일관성 있는 우회 전략이 절실한 시점에 굳이 스스로 미디어 앞에 서서 '어마 어마한 석유, 가스 매장!'을 외치는 대통령 모습은 취임 이후 목도해 온 인간 윤석열씨의 대쪽같은 성품을 다시 한번 확인케 되는 좋은 사례다.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은 피터팬이나, 파워레인저 같은 창작물에서나 찾으면 된다. 기업의 CEO가 꿈과 희망이라는 아편에 기대 현실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남는 것은 금단 증상이 몰아치는 미래 뿐이다. 동화, 특촬물 속 영웅들이 가치관과 행동으로 꿈과 희망을 자극한다면, 지금 우리의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과 배우자의 안위를 위해 망각이라는 축복을 모든 신민들에게 하사하고 싶어한다. 이것을 우리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 부르기로 했다.

 

총선에서 패배했고, 배우자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 생명을 잃어야 했던 해병대의 원통함은 달래지도 못했는데, 이제 자신의 목이 달아날까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집권 3년차, 헌정 사상 최단기 레임덕이라는 영광이 손에 잡힐듯 눈앞에 다가온 지금. 석유라도 뒤집어 쓰고, 대중들의 눈길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다'와 '용납할 수 있다' 사이에는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 사이 거리 만큼의 간극이 존재한다.

디올백 따위 뇌물 취급도 안 하시는 우리 영부인의 소탈함을 보라!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 했던가. 검사라서 너무나 잘 알아서 그러는 걸까. 대통령의 아집은 애처로울 따름이고, 국민의힘과 그 패당들이 보이는 인지부조화는 처량함을 넘어 실소 유발 코드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사수해야 하는 권력의 크기는 과연 어느 정도인 걸까?

 

과연 몇 배럴의 기름이 포항 앞바다에 매장되어 있어야 대통령의 권력과 영부인의 안전이 보장될까?

 

나는 '조국의 적은 과거의 조국이었다'는 세간의 밈을 신뢰한다. 평생을 싸 재껴온 입방정과 만분의 일도 일치하지 않는 그와 그의 배우자, 그리고 그 일가의 삶은 '강남 좌파', '진보'라는 상징 자본이 얼마나 허망하고, 의미 없는 것인지 그 민낯이 얼마나 추레한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적어도 나에게 지금 대통령님과 조국혁신당 대표님의 민낯은 본질적으로 다를 것 없이 추레하기만 한 꼰대의 얼굴. 그 잡채다.

 

그래서 이순간 우리 사랑하는 대통령께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석열의 적은 과거의 석열이다.

 

부디 바라옵기는 우리 대통령께서 권력을 지킬 만큼 차고 넘치는 원유가 펑펑 터져 나오길 기대해본다.

 

휘발유 값 조금 떨어질까? 세금 조금 덜 내도 될까? 속물스런 상상도 해 본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상상은 대통령의 것일까? 배우자에 죽고 못사는 사랑꾼의 것일까?

 

화이팅이나 보내며, 팝콘이나 튀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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