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일기 : 27] 외도의 시작(새로운 돈맥을 찾아서...)
안녕하세요. 접니다.
지난 글에서 적었듯이, 3-4개월 전부터 대리운전 업계의 전체적인 업황 부진이 몸으로 느껴지고 있었는데, 그 추세가 변함 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안 좋을 것 같다는 킹리적 갓심이 든다고나 할까요. 어쨋건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루 10만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면, 이런 고민 따위 하지 않았을 겁니다. 1달 기준 20여일 정도를 일한다고 치면 250만원 정도의 수익이 생겨야 할텐데, 그러려면 1일 10만원 정도의 기대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특별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을 늘리거나 시간대를 조정하면서 대응을 해왔던 건데, 현 시점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해도 10만원을 못 채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간 대리운전은 제게 만족도 높은 부업 수단이었는데, 이제 추가적인 수단을 확보해서 녹슬고 이빨 빠진 부엌칼 같은 대리운전의 효용성을 제고해야 하는 시점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전 가벼운 사고로 보험처리를 하는 바람에 추가적인 손실도 생겼겠다. 멘탈도 좀 흔들렸겠다. 이 때다 싶은 마음으로 요즘 뜨는 부업 정보의 바다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 지난번 사고는 보험사에서 휠 교체비용 200만원으로 처리한다고 하여 제발 그렇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제 생각해서 복원 같은 거 하지 마시고, 꼭 교체해 드리라고 했습니다. 괜히 교체 하신다고 렌트카 까지 쓰시면... 렌트카 비용은 또 제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거든요. (차주께서 아주 좋은 분 같아 보여 이런 부탁까지 해야 하는 것도 또 재미라면 재미지요.)
하여간 새로운 부업을 찾으려면 기준이 필요하겠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시간 활용에 용이하면서 밤에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했습니다. 자정 정도부터 시작해서 4시간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일이라면 제일 좋을 턴데...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야간에 진행하는 철거나 케이블 포설 등 몸을 쓰는 일이나, 자차를 이용하는 새벽 배송 등이 눈에 들어왔는데, 몸 쓰는 일은 시간이 조금... 길게 필요했고, 새벽 배송은 건당 단가를 생각할 때... 제 눈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정보들을 보다가 '카카오T 픽커'라는 앱을 소개하는 글을 봤는데, 승용차를 이용해서 작은 화물을 나르는 퀵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또 운전이냐? ㅜ ㅜ;) 대리운전도 카카오로 시작을 했는데, 이 삼성제국에서 폭압을 뚫고 제 삶의 일부를 차지한 카카오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전에 한가지 이야기하자면, 이 글은 '카카오T픽커'라는 플랫폼의 홍보라거나 광고가 아닙니다. 하루 10명 남짓 방문하는 블로그 따위에서 홍보한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자. 위의 이미지를 보시면, 많은 부업 거리들이 있습니다. 제가 파악한 내용들을 공유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1. 방문세차 - 세차를 원하는 사람이 오더를 올리면 지정된 장소에 가서 세차를 해 주고 돈을 받는 거겠죠?... 이건 아예 터치를 안해 봐서... (세차 장비나 도구, 용구 등이 필요할 것 같고,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2. 퀵 - 자전거등 이륜차, 승용차, 화물차 등을 이용해 소화물부터 이삿짐 등 화물을 옮겨주는 일입니다. 등록을 하고 접속해 보면 기본적인 시스템은 대리운전과 유사합니다. 올리브영에서 이 플랫폼을 통해 배달 판매를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일단 승용차로 배송수단을 등록해 놓기는 했는데... 기름값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니,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장거리를 오더를 잡고, 그 오더를 수행하는 중에 몇개의 단거리 오더를 조합하면 꽤 벌이가 된다는 후기들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머리를 쓰고 싶지는...
3. 도보배송 -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편의점에서 요청받은 물품을 구매해 가져다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4. 카카오T펫 - 자신의 차를 이용해 애완동물을 동반해 이동하는 사람이나, 애완동물을 이동시켜 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별도의 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5. 당일배송 - '쿠팡 플렉스'와 비슷한 서비스 입니다. 주간, 새벽 배송을 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안전교육(?) 같은 걸 받고 운전면허증을 등록하고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부업이 바로 이 녀석입니다.)
6. 카카오T대리 -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합니다.)
7. 카카오T블루 - 택시 운전입니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알바로도 한다고 하는데... 절차나 방법은 따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8. 통근 셔틀 - 버스를 소유한 업체나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일 겁니다.
9. 방문 정비 - 아마도, 정비사 자격증을 가진 분들이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기존 알음 알음 소규모로 운영되던 용역 중개업을 앱 형태로 통합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 현장직이나 일용직 까지 들어갔다면 종합 용역 중개앱이 될 뻔 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대리운전을 하고 있으니까... '당일배송' 그러니까 새벽 배송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쿠팡 플렉스'의 경우 크기 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충 배송 1건당 800원에서 1200원의 배송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정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반드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카카오T픽커에서 연결하는 배송 서비는 '오늘의 픽업'이라는 서비스인데 단가가 쿠팡 플렉스보다 좋고, 물품이 소량의 의류등으로 무겁거나 크지 않아 부담이 없다는 후기들에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새벽 배송은 보통 2시에 배송을 시작해서 오전 7시까지는 배송을 마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이 때 생각을 잘못했는데, 2시에 배송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1시에는 센터에 나가서 물품을 분류하고, 내 차량에 실어야 한다는 거죠.)
내 계산은 이랬습니다.
저녁 7시 부터 12시까지 5시간 정도 대리를 해서 8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이후 새벽 배송을 통해 8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면 대충 16만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잠은 좀 부족하겠지만, 짜투리 시간을 총 동원해서 쪽잠을 자면 어떻게든 버티지 않을까?
'오늘의 픽업' 앱에서 밝히기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 더 많이 벌어가라고 했으니... 이제 내 인생 돈벌일만 남았구나!
누구나 계획은 있습니다. 쳐 맞기 전 까지는...
실제로 일을 시작하는 과정도, 나가본 현장도, 그리고... 배송이라는 일도... 내 예상과는 정말 너무나 달랐습니다.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넑이라도 있고 없어도 부업은 대리로 끝날 줄 알았더니 역시 세상은 내 맘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수익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대리운전도, 새벽배송도 예상치의 90% 이상은 수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몸도 크게 힘들지 않았고, 중간에 비는 시간을 줄이나 망상에 빠질 시간도 줄어서... 스트레스도 조금 완화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또 몰랐던 세계에서 생소함과 싸우는 도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리운전과 더불어 경험한 새벽배송의 세계.
그 경험담은 다음 글에서 한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여름입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 챙기시면서 슬기로운 돈벌이들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