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접니다.
이 블로그에는 몇개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현재 대리운전을 하면서 느낀 점이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는 '대리일기'를 주력으로 작성하고 있는데, 뭔가 슬슬 다른 글들도 적고 싶어지던 시점입니다.
'창업일기'도 좀 정리를 해 보아야 하기는 하는데... 매일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오면 '나태함'이라는 고질병이 쉽사리 허락을 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하기는 해야 할 일이죠.
지금 글을 적고 있는 '장마 논단'은 일종의 평론을 적어두려고 만들어 두었는데, 오늘 첫 글을 시작으로 천천히 채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마논단 첫글. 주제는 최근 도입된 카카오 택시의 '서비스 감사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팁
'팁'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서비스 이용 후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에게 주는 '대금 외의 돈' 입니다. 예를 들어, 기분 좋은 식사 후 접객원에게 고마움의 의미로 '돈'을 주거나, 펌 후 컬이 너무 맘에 들어서 자신의 미용사에게 요금 외에 별도로 주는 돈 같은 거죠.
한국에서는 딱히 익숙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문화이지만, 밤문화의 세계에서는 은근히 통용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고급 일식집이나 참치집에서 실장들에게 소주 한잔을 권하며 만원을 감아서 은근히 팁을 주는 것은 일종의 재미와 문화로서 통용되죠. 물론 특수 부위 몇점을 제공받고, 눈물주나 기본 찬의 리필 등에서 이익이 있기 때문에, 실장과 손님 사이에 관계의 윤활유 같은 역할도 해서 저도 몇번 약간의 팁을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는 나이트 같은 유흥 업소에서 담당 웨이터에게 팁을 주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인데, 이건 열정적인 부킹을 요청하기 위한 대가성 지불이기에 '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옵션 차지'라 생각하면 될 것도 같습니다.
제가 지금 껏 세상을 살아오면서 한국에서 경험한 '팁'이라는 건 위의 예시 정도인데, 이게 문화권 별로 차이가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북미에서는 대부분의 서비스업에서 '팁'이 표준 처럼 적용된다고 하는데... 제가 아직 북미를 안 가 봐서 이건 그냥 그렇더라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한국 외 지역에서의 '팁'이라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장소에서 정해진 요금 외에 별도 '팁'을 제공해 본 적은 없고, 호텔 메이크업룸 요청시나 마사지를 받을 경우에만 일정 금액의 '팁'을 지불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마사지를 별로 받아본 바가 없어서, 한국에 있는 타이 마사지나 스포츠 마사지 업소에서 '팁'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분명한 건, 한국 사회에서 '팁'이라는 것은 분명 '일상적이지 않은 낯선 것'이라는 겁니다.
국제적으로도 팁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강요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으며, 북미 쪽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있는 모양입니다. 미국에서는 '팁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하는데... 결제 시스템이나 오더 시스템에 팁 지불 기능을 '프리셋'으로 노출하면서 소비자들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2. 택시 서비스에 대한 감사 팁
그럼, 지금 설왕설래가 많은 카카오 택시의 '감사 팁'을 좀 생각해 볼까요?
'팁'이 '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대해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대가'라고 한다면 플랫폼이 팁 지불 기능을 제공하는 것 만으로 '자발적'이라는 조건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기사님'들의 노고나 '택시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택시는 이동 수단입니다. 돈을 지불하는 고객을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시켜 주는 거지요. 본질은 버스나 지하철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넘치는 서비스 정신으로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기사님'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고객들은 '기사님'들의 서비스 정신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이거... 저만 불편한가요?)
그래서 그동안 택시에서의 '팁'이라는 것은 주로 잔돈을 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가끔 발생하는 '부가 수익'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다가 가끔 툭 떨어지면 횡재수라 여기는 그런 것이었을 텐데... 카카오 택시가 플랫폼 내에 '팁 지불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기사들은 이제 매번 '팁'에 대한 기대와 외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겁니다.
이런 건 당연한 겁니다. 없으면 모를까 생겨버리면, 그에 대한 기대가 발생하는게 당연한 거죠. '기사님'들이 특별히 탐욕스러운 게 아닙니다. '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카카오'가 줘 버렸잖아요. 이제 카카오가 '팁 지불 기능'을 플랫폼에 탑재한 이상, '팁'을 위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고, '팁' 지불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 고객에 대해 서비스 제공자가 불만을 가지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심화되면 은근히 '팁'을 요구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겠죠.
새로운 '수익'이 생긴다는 점에서 현업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님'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다지 좋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이미 택시를 이용하는 비용의 부담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천원, 이천원 정도의 비용이라 할 지라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심야 시간에 택시 이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 옵니다.
쏘카를 비롯한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자들 중에는 자신이 차를 빌려서 '대리 운전'을 통해 귀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싸게 먹힌다는 거죠.)
3. 카카오는 왜 '감사 팁'을 도입 했나? - 카카오의 괘씸한 의도
다들 알고 계시듯이 추가적인 수입을 제공해 카카오T택시에 가입 택시를 증가시켜서 수수료 수입을 증가 시키기 위한 꼼수 입니다.
문제는 자신들이 제공해야 할 '택시 기사들의 이익'을 택시 이용자의 돈으로 제공하고 수수료 수익은 자신들이 얻어가려 한다는 점에서 저는 이 시도가 꽤나 괘씸하게 느껴집니다.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T택시에 가입하도록 하고 싶다면 자신들이 수수료율을 낮춰 주면 되는 겁니다. 왜 그 비용을 택시 이용자들에게 전가시키는 걸까요?
자본주의의 천박함이란 이런 데서 발견하게 되는 것일 겁니다.
4. 카카오 택시 '감사 팁'이 불러올 나비효과
저는 대리운전 중, 드물게 팁을 받습니다.
주차를 해줘서, 운전을 잘 해줘서, 조용히 운전만 해줘서, 더운 날 커피한잔 사 주고 싶어서 등 이유는 그 때마다 다르지만 '팁'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사과 같은 겁니다. 그런데 대리운전 기사용 앱에 '팁을 지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저는 매번 운행 때 마다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는 '팁'을 기대하게 될 거고, 팁 지불을 하지 않는 고객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될 겁니다.
카카오는 이번 '감사팁 지불 기능'에 대해 '자발적으로 선택' 이라는 설명을 한다고 하는데, 자발적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필요를 느껴 선택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팁을 주시는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라고 플랫폼이 물어보기 시작한다면, 그 때 부터는 자발적이 아니라 '옵션'이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이미, 한국에도 많은 서비스가 비대면 오더, 비대면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직접 이야기하기 어려워서 하지 못했던 '팁'에 대한 요구를 단말기는 전혀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팁을 주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와 별개로, 카카오 택시에서 시작된 '팁 제공 기능'이라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일상화시킬 수 있습니다.
상상해 본다면, (모)팡 기업의 경우 배송 완료 '톡'에 '팁 제공 기능'을 넣어 보낼 수 있겠죠. 테이블 오더 시스템에는 오더 화면에 '팁을 추가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해 올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투잡으로 뛰고 있는 대리운전이나, 음식 배달 플랫폼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팁이 활성화된 문화권에서도 이 '팁'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합니다. '팁'이라는 것이 낮은 소득에 대한 '보전 수단'으로 활용되다 보니, 이것이 옳은가?에 대한 사회적 의문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잠을 잊은 나라 대한민국, 24시간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활력은 역설적으로 '낮은 비용'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낮은 비용'으로 인해 24시간 업소를 운영할 수 있었고, 낮은 비용으로 24시간 먹고 마실 수 있었습니다.
낮은 비용이 좋다거나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어떤 변화가 발생할 때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맛집이 24시간 운영되어서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바라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유럽이나 선진국들에서 상업시설이 일찍 문을 닫는 이유가 단순히 우리와 문화가 달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각종 공과금의 상승으로 인해 이미 많은 업소들이 '심야 영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 하겠지만, 글쎄요.
그만큼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밤문화에 기대 수익을 얻던 저 같은 투잡러들에게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구나 지금 이 글의 주제인 카카오 택시 기사님들께서 '팁'을 받을 기회 자체가 줄어들게 되겠죠.
저 역시 선진국들이 겪어 온 사회적 변화의 추세를 우리 사회가 따라갈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것이 최대한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연착륙을 해야 사회 구성원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카카오 택시의 '감사 팁'은 어쩌면 사소한 하나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를 경착륙 시키는 요소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무엇보다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이용자들의 돈을 빨아내려 하는 카카오의 의도에 대해서는 좋은 말을 해 줄 수가 없겠습니다.
더위가 곧 물러갈 겁니다. 마지막까지 건강 잘 지키시길 기원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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