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접니다.
'배송 일기'를 따로 정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그간 '대리운전' 원툴로 부업을 해 왔는데, 이런 저런 사정, 그리고 업황 변화로 인해 시작한 '배송'이 주력 부업이 될 것 같거나, 되도 좋겠다 하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저 따위인 이유는 반어법입니다. 너무 진지하게 파고 들지 말아주세요.
왜 부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 했을까요? 다양하지만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가 고려되었습니다.
a. 기대수익이 줄어들고,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이게 가장 큰 이유가 되었는데, 이전 대리일기에서 적었듯이 대리운전을 통해 제가 기대하는 수익은 새벽2시 정도를 기준으로 15만원 전후였습니다. 한달 20일 전후로 일을 나간다고 하면 25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했고, 이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랬지요.
그러나 팬데믹 이후로 변화한 환경은 수익에 대한 기대감은 떨어뜨리고, 기대 수익의 불안정성은 높였습니다.
즉,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간대는 좁아지고, 신규 참여자들이 증가하면서 피크 타임과 인기 지역에서의 콜 수락을 위한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b. 축소된 시장과 낮아진 수익률
전반적으로 콜이 줄었습니다. 피크타임도 줄어들고, 콜 수가 줄어들다 보니 양질의 콜을 기다린다거나 하는 식의 대응은 사치스러운 상황이 되었고, 경기침체의 여파인지 혹은 다른 사회.경제적 변수 때문인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콜 단가가 떨어졌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콜을 수행해야 하는데 콜 수가 줄었기 때문에 대응에 한계가 있고, 여기에 신규 참여자들이 계속 유입되면서 콜 수락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c. 감정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승
위에 소개한 a, b의 이유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 노동을 해야 하는 확률이 증가했습니다. 콜을 가릴 여유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콜을 수행하고, 불쾌한 상태에서 콜을 종료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선택의 폭이 줄어들면 꽝을 뽑게 될 확률이 높아지겠죠? 이런 일이 대리운전 판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계속 제 부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새롭게 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에, 대리운전 중 연석에 휠이 갈리는 사고까지 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왜 '배송'을 선택했는가?
선택했다기 보다는 '운전'이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자가용(좋은 차는 아닙니다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하기가 쉬었을 뿐입니다.
한번 정리해 보죠.
제가 대리운전을 하면서 기대한 수익,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안정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접근하기가 쉬워야 했습니다. 대리운전 처럼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나가야 하죠. 그래야 저 같은 초보도 쉽게 기회를 가져볼 수 있을테니까요. 동시에 안정적으로 매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동시에 시간 제약에서도 자유로워야 했죠.
'배송'이라는 걸 해보니까 시간 제약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다른 것은 다 만족스러웠는데,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다거나 하는 시간 활용의 자유로움을 조금 떨어지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대리운전은 하고 싶은 날만, 하고 싶은 콜만, 하루 몇콜을 타건 알아서 하면 됩니다. 누가 콜을 적게 탄다고 뭐라 하지도 않고, 일을 안 나간다고 뭐라 하지도 않습니다. '쿠팡 플렉스'와 같은 식의 부업들고 광고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는 조금 달랐습니다.
물론 제가 하고 있는 건 '쿠팡 플렉스'는 아니지만, '배송'이라는 업무와 그 업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해서 대리운전 같이 생각해서는 안되는 '배송'의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배송을 하는 제 입장과는 별개로 배송 업무를 진행하는 '센터'와 '관리자', 그리고 배송을 맡기는 '업체', 그리고 물건을 받아야 하는 '고객'의 입장을 보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만 하면 된다는 말은 '구라'는 아닐지라도 '과장 광고'에 가깝습니다.
대리는 대리 기사가 '콜을 잡는 것'을 통해 일을 하지만, 배송은 물량을 가진 '센터'에서 '배정'을 받아서 해야 합니다. 즉, 배정을 하는 쪽에서 물량을 정하는 것이지, 배정을 받는 쪽에서는 원하는 만큼만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또한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물량을 가진 '센터'에서 보자면 물량을 배정할 때 이 물량을 받는 기사에 대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즉, 배송을 하는 입장에서 원할 때 하면 된다는 것도 현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대리운전은 나 하나 일을 하거나 말거나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배송은 하기로 하고는 안 해 버리면 '배송'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물량을 배정하는 입장에서는 오는 대로 막 받아서 물량을 던질 수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배송'을 해 본 이유는 대리운전과 섞어서 변화하는 대리운전 판의 불확정성에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초저녁 대리운전을 몇건이건 뛰고 나서 새벽 배송을 적당히 하면 원하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가능했습니다.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적 이었습니다.
저는 현재 새벽 배송으로는 45개 전후의 물량을 배송하는데 수익은 9만원에서 10만원 사이에 위치합니다. 자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복잡한 계산 빼고, 1일 유류비 8,000원 정도 사용하고, 배송 중 마실 음료수 2,000원 정도가 고정비로 들어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 대리운전을 하는 초저녁 시간에 테스트 삼아 배송을 해 보았는데, 35개 정도를 저녁 19시부터 24시 까지 배송을 하면 8만원에서 9만원 사이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 때도 유류비 8,000원 정도에 음료수로 2,000원 정도가 고정비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 보니, 대리운전을 하지 않아도 15만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고, 최대 20만원 정도 까지도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중간 중간 대리운전을 나가는 일도 있기는 한데, 그냥 '배송'을 주력으로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10일간은 대리운전을 하지 않고, '배송'만 적절히 섞어서 진행을 해 봤습니다.
잠이 조금 부족해지기는 했는데, 스트레스는 확실히 줄었고, 수익은 늘었습니다. 수면 부족에 대응할 방법을 생각해 보기는 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배송'에 익숙해 지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배송'에도 많은 신규 참여자들이 있습니다. 제가 현재 물량을 받고 있는 센터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물량을 받고 나갔다가 중간에 돌아와 남은 물량을 내려 놓고 돌아가는 일이 많습니다. 대리 운전 처음 시작할 때, 어리버리 했던 것 처럼 배송도 처음 해 보니 엄청 어리버리 하게 되더라고요.
다음 번 '배송 일기'에서는 누가 배송을 하는지, 여러분이 주문한 로켓 배송은 어떻게 아침에 문 앞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배송'을 해 보고 싶으면 어떤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리운전과 비교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도 한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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