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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일기 : 26] 불가항력 - 사고와 사고 처리에 관하여...

긴비의 부업일기

by Ginbee's Wonderland 2024. 6.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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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접니다.

 

이번 글은 모든 운전자가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 사고와 사고 처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전글까지 그간 적어온 [대리일기] 글들의 링크를 게재했는데... 이게 26편까지 되고 보니, 읽는 분들의 편의 보다는 오히려 더 불편을 느끼게 될 것 같다는 판단하에 이전 글들의 링크를 삽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손가락 관절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일 테니까요.

 

그럼 이번 이야기 - 시작해 보겠습니다.

 

안전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모든 산업이나 직업에 있어, 사고는 언제나 예방해야 하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모든 운전자에게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상존합니다. 방어운전을 아무리 강조하고, 안전장치가 나의 부족함을 메꿔준다고 해도 위험을 0%로 만들 수는 없는 법이죠.

 

사고는 다양한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특히, 대리운전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차량을 운전해 수익을 얻는 일이기에 대리 운전 중 발생하는 사고는 수익에도, 멘탈에도 큰 데미지를 초래합니다.

 

1. 사고의 유형

 

대리운전 중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경미한 접촉사고 입니다. 물론, 도로에서 충돌이나 추돌 등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할 테지만 빈도만 살핀다면 전체 교통사고 발생 비율에서 대리운전 기사들의 운전만 따로 통계를 낸다면 접촉사고 비율이 높을 겁니다.

이런 사고는 많지 않습니다.

 

제가 딱히 자료를 찾아본 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차를 운전한다는 상황에 따른 긴장감. 그리고 법규위반 하나가 손실로 이어진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대리운전 기사들은 평균 이상으로 '안전 운전'에 집착합니다. 때로는 차주들이 운전 답답하게 한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지요.

 

대부분의 사고는 출발할 때. 그리고 도착 후 주차할 때 발생합니다. 대리운전은 계속 다른 차량을 운전해야 하고, 그에 따라 매번 공간감을 맞추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출발할 때 사고가 나는 이유는 처음 앉은 운전석에서 공간감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경차를 운전하고 난 후 1톤 탑차 등을 바로 운전한다면 그 감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차주들께서는 본인 차이기 때문에 항상 그 감각에 익숙해져 있지만 대리운전 기사들은 매번 서로 다른 차를 다루어야 합니다.

 

특히, 요즘은 전기차도 많아졌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운전석에 앉아 보면 스타트 버튼의 위치나 변속 기어 조작 스위치의 위치, 사이드 미러 조정 방법 등이 너무 제각각이라 이런 것들을 신경쓰다 보면 주의는 더 흐트러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아차 하면 며칠 전 저 같이 연석 등에 접촉하고는 하는 겁니다. (하아... 생각하니 또 현타가... ㅠ ㅠ)

대리기사들을 힘들게 하는 주차 요구의 좋은 예

 

또 도착지에 도착해서 주차를 할 때도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의도하지 않은 접촉이 발생하고는 합니다.

 

주차장이 충분치 않은 아파트 단지를 헤메다 보면, 먼저 주차된 차량이나 이중 주차된 차량들 사이를 빠져 나갈 일이 왕왕 생기는데 주의를 하고 또 해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접촉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밤거리에서 만났던 기사님은 차주가 조수석을 보면서 공간이 충분하다고 해서 악셀을 살짝 밟았는데 주차된 차량 접촉이 발생해서 보험 접수를 해줬다고 허탈해 하기도 했었습니다.

 

경사가 심한 지역, 또는 좁은 골목에서 건물 벽에 최대한 붙여서 주차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대리 운전 기사들은 그와 같은 요구에 흔쾌히 응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럴 때 차주가 운전 미숙에 대해 비아냥 거리면 자괴감도 들고는 하죠.

 

이런 문제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와 차주 사이에 발생하는 많은 갈등은 주차와 관련되어 있거나, 대리 운전 기사들의 운전에 대한 차주들의 불만에서 비롯되고는 합니다. 특히, 이동 경로 관련해서 많이 발생합니다. (대리운전 기사는 택시 기사가 아닙니다. 내비 따라 운전한다고 하면, 알아서 하라고 하고 편하게 유튜브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여간 어떤 경우든 운전석에 앉아 차량을 조작한 이상 발생한 모든 문제는 온전히 대리운전 기사의 책임입니다.

 

2. 사고의 처리

 

사고가 발생했다면 일단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합니다. 먼저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처리하는게 가장 손실이 적은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보험 접수는 언제나 최후의 수단입니다.

 

보험 접수가 가장 마지막에 고려되는 이유는 자기부담금 때문입니다. 일단 보험으로 사고 처리를 하게 되면 회당 30만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거기에 차주의 렌트비는 별도로 직접 부담해 주어야 합니다. 상대 차량이 있는 경우 상대 차주의 렌트비는 어떻게 되는지 그건 제가 잘 모르겠네요.

 

이런 이유로 일단 어떤 형태로든 사고가 발생했다면 대략적인 비용을 가늠해 보고, 30만원 이내에서 현금 보상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보험 처리가 많아지면 금액적인 손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중에 보험 갱신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 처럼 대부분의 사고라는 것이 경미한 접촉 사고이고, 차주가 직접 운전 중 발생한 경우라면 따로 수리를 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손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차주들이 야박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런 내용을 잘 아는 차주들은 정확하게 30만원의 현금 보상을 직접 요구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현금 30만원으로 처리가 안될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보험에 사고 접수를 해야 합니다.

 

며칠 전 제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해당 차량은 벤츠 S클래스 쿠페 였고, 운전석 쪽 휠이 데미지를 입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계산을 해 봐도 현금 70만원 이상은 필요한 상황이었고, 휠 복원 보다는 교체를 해서 렌트비라도 지출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저로서는 최선의 처리 방법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지난달에 보장성이 취약한 대리운전 보험에 대해 '렌트비 보장 특약', '대물, 자차 보장 금액 강화'를 골자로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하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던데, 이건 아직 내용을 확인해 보지 못해서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바뀐다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꽤 큰 데미지가 발생했습니다.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ㅠ ㅠ;

 

 위 사진은 며칠전 제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 내다가 연석에 긁힌 벤츠 차량의 운전석 쪽 휠입니다. 보면 데미지가 상당하죠. 현장에서 차주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렸지만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사실 제 마음도 산산히 부셔졌답니다. 부디 보험사에서 잘 처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위 사고와 관련해 보험사에도 되도록 교체를 해 드리면 좋겠다고 제 의사를 전해 놓았습니다. 보험사에서도 긍정적으로 이야기했으니 이 문제는 아마도 잘 처리될 거라 생각합니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연석이 낮아서 휠외에 다른 부분에는 데미지가 없었다는 겁니다. 얼라이먼트 관련해서는 요청하시면 보험사에서 함께 봐 주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

 

3. 사고 후 멘탈 관리

 

6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대리운전을 해 오면서 4번 경미한 접촉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번은 주차 중에 뒷 범퍼가 벽 등에 접촉한 사고였고, 2번은 차량을 빼다가 연석에 휠이 긁히는 사고 였습니다. 그 외에는 범칙금도 납부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신기한 건 그 기간 제 차량으로는 몇번의 범칙금 납부도 있었다는 거죠.(그만큼 대리운전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준법 운전자 입니다.)

 

뒷 범퍼가 벽에 접촉했던 2건의 사고는 20만원 정도의 현금 보상으로 처리를 했고, 보험 처리를 한 2번은 모두 연석에 휠이 긁히는 사고 였습니다.

 

솔직히 큰 사고도 아니고, 자차 였다면 크게 문제로 삼지 않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타인의 차량, 그것도 고가의 수입차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의 경우 어떤 형태의 사고라도 일단 발생한 이상 멘탈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슈퍼카가 지하 주차장에 있는데 진출입로가 좁을 경우 콜 취소를 해 버리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몇번 취소한 적도 있기는 합니다.)

 

2000년 이전에 지어진 많은 건물들의 경우 진출입로나 주차장 크기가 현재 차량의 크기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회전 반경이 좁아서 처음 운전하는 차량으로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보다 사고의 위험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량이 너무 고가의 차량인 경우, 현장에서 양해를 구하고 콜 취소를 하는 경우도 왕왕 생기고는 합니다. 몇만원 벌자고 무리해서 차를 움직였다가 몇십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리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기사님들의 경우 평소 운전실력에 대한 믿음으로 일단 차를 움직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사고는 운전 실력과는 무관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운전석의 높낮이가 계속 바뀌고, 차량의 크기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감각이 적절하게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운행 중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일단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 처리를 해야 하죠.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현타는 감수해야 합니다. 차주의 성격이 셀 경우 데미지가 클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피해를 보상하고 또 현장에 복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운전을 하는 이상, 사고를 회피하는 완벽한 방법론은 없습니다. 되도록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신중함을 갖추고, 적어도 위험이 예상될 때는 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이익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발생할 사고는 발생하고, 불가항력적인 손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저 처럼요.

 

오늘의 실수를 내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주의력을 유지하는 것.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자기 합리화로 조금이라도 멘탈 챙기시면서 투잡 생활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번 글은 여기까지!

 

Ps. 대리운전 수행 간 주차장 진출입로가 악랄한 건물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잘 기억해 두었다가 해당 건물에서 발생하는 콜들을 회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저는 아예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해당 건물에 자주 주차를 하는 차주들의 경우 대리운전 기사들이 해당 건물에서 발생하는 콜을 안 잡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본인이 주차장 밖으로 차를 꺼내 놓고 호출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해서 적절하게 대응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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