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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일기 : 5] 세상에 사연 없는 대리 기사가 있으랴.

긴비의 부업일기

by Ginbee's Wonderland 2023. 5.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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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일기 4 : 당신에게 대리 운전이 필요할 때. - https://just-way.tistory.com/9

 

제가 대리운전 판에 뛰어든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다만, 돈이 필요해진 사연이 있을 뿐이지요. 세상에 사연 없이 '대리 운전이 천직'이라는 마음으로 밤거리에 서는 기사는 없을 겁니다.

 

때로, 손님들의 차를 운전하는 중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이거, 왜 하세요?'

 

이 질문의 의도는 둘 중 하나입니다.

 

1. 대리 운전이 돈이 되냐? 여건만 된다면 나도 하고 싶다.

2. 진짜 궁금타! 왜 하냐?

 

질문한 손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저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돈 필요해서, 돈 벌려고 합니다.'

 

1번 의도의 손님들은 이후, 대리 운전에 대한 이런 저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고는 합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질문은 '하룻밤에 얼마나 버냐?'는 것입니다. 보통 그런 질문에는 답변하기가 좀 망설여 집니다. 대리 운전 기사의 수입이라는 것은 하루에 수행한 콜의 갯수, 콜당 단가, 그리고 당일 콜이 잡히는 운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지요.

 

대리 운전으로 돈벼락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은 질문하는 손님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기 위한 계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나름 짐작해 봅니다.

 

2번 의도의 손님들은 제 사연을 궁금해 합니다. 왜 궁금해 하는지는 모르지만, 때로 호구조사 비슷한 정도의 질문을 하는 손님들도 있는데... 그럴 때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기가 꺼려집니다. 손님들이 저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대리 운전'입니다. 제가 손님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손님들이 지불하기로 한 '요금'이죠.

 

제 사연, 그러니까 제가 돈이 필요해진 이유나 개인적인 사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넋두리에 불과하죠. 아무 의미도 없는 제 넋두리를 오늘 처음 본 사람 앞에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안 궁금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한 돈이 있다면, 밤거리에서 다른 이의 차를 몰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저는 돈이 필요해서 밤거리에서 손님으로 만난 누군가의 차를 운전합니다.

 

때로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기도 하고 멘탈이 털리는 경험도 하지만, 제가 필요로 하는 '코뱅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일들은 참아 넘길 수 있습니다. 저 보다 1바퀴는 뒤에 있는 것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 '인생 강의'를 듣고 추임새를 넣어 주는 정도의 아무 것도 아닌 일 까지도 말이지요.

 

저 말고, 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돈'을 벌기 위해 저와 같이 손님들의 대리 운전 '콜'을 기다립니다. '꿀콜'과 '똥콜' 사이 어디쯤 결정될 대리 운전 요금이 나의 필요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누군가의 운전석에 앉는 겁니다.

 

누구나 언제고, 자신의 사정이나 필요에 의해 밤거리에서 '원화 채굴'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일용직 노가다를 하거나, 어선을 타야 할 수도 있겠죠.

 

인생은 불확실하고,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으니... 오늘 나의 평화로움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거나 누구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겁니다.

 

제가 대리운전을 하면서,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누군가의 사정을 함부로 궁금해 하거나 평하거나 조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타인의 사정을 궁금해 하고 한마디씩 말을 보탭니다. 그 의도와는 별개로, 제 필요와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저는 사실 게으른 편입니다. 제가 매일 밤거리에 나서는 상황은 제 필요에 의해 강제된 것이지 제가 원하거나 성실함이 바탕인 것은 아니지요. 지금 이 순간 제 바램은 하루라도 빨리 제 필요가 충족되어서 대리 운전을 하기 위해 밤거리로 나서야 하는 상황을 끝내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거 함서 살고 싶읍니다.

 

저는 대리운전을 해야 하는 제 현실을 비관하거나 부끄러워 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랑스럽다거나 자긍심을 가지고 손님들의 차를 운전하지도 않고요. 상황에 맞춰 어떻게든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대리 운전'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 정도를 가지고 밤 거리로 나서지요.

 

저와 비슷한 마음으로 밤거리에서 콜을 기다리는 기사님들이 많을 겁니다.

 

1주일 전 쯤, 새벽2시 정도에 여의도에서 신림동으로 가는 손님의 콜을 잡은 적이 있습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손님은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대리 운전에 대한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 왔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대리 운전을 해 보려고 하는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연을 들어보니, 향후 5년 이내에 자신의 가게를 열고 싶은데 지금 받는 급여로는 아무리 빨라도 10년은 걸릴 것 같다면서, 추가적인 수입을 가지고 그 기간을 5년 이내로 줄이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동기라면, 대리 운전이 그 손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 도 같았습니다.

 

물론, 잠도 부족하고 몸은 힘들겠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추가적인 '돈 벌이'가 필요하다면 무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대리 운전'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대리 운전을 하며 느낀 점이나,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함 직한 이야기들을 조언이라고 해 주었는데, 언젠가 밤거리에서 서로 지나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대리 운전'은 생계를 온전히 책임지는 '직업'이기도 하고(이분들은 '전업기사'라 부르기로 합니다.), 누군가에는 학비나 생활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본업 외에 추가적인 수입을 가져가기 위한 '부업'이기도 합니다.(저와 같은 부류를 '투잡기사'라 부르기로 합니다.)

 

다양한 사연 속에, 분류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지만 한가지 공유하는 것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대리 운전을 할 때, 되도록 '돈'에만 집중 하고자 합니다.

 

최대한 효율적인 콜 수행으로 최대한 많은 '돈'을 최대한 빨리 벌어 하루라도 빨리 이 생활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믿슙니다! 이루어 주시옵소서!

 

그래서, 오늘도 사연 따위 가슴에 묻고 최소 노력으로 최대 수입을 얻기 위한 효율적 '채굴'에 나서보겠습니다.

 

추신 :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개인의 경험에 의한 단순한 의견일 뿐입니다. 이 글은 어떤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토도 받지 않았고, 초보 대리기사로서 저는 모든 대리운전 기사의 생각이나 의견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제 글을 읽고 용기 내어 밤 거리에 나섰는데, 제가 적어 놓은 글과 다르다고 해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리 운전'을 택한 기사 본인에게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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