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일기 : 6] 오후 6시 난 퇴근 후, 출근을 준비한다. - 대리의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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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일기 2 : 출근도 퇴근도 덧 없다 - https://just-way.tistory.com/6
대리일기 3 : 끌콜과 똥콜 사이에서... - https://just-way.tistory.com/7
대리일기 4 : 당신에게 대리 운전이 필요할 때. - https://just-way.tistory.com/9
대리일기 5 : 세상에 사연 없는 대리 기사가 있으랴. - https://just-way.tistory.com/10
제가 운영하는 회사의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니다. 대부분이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8시간의 근무와 1시간의 점심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물론, 저는 회사의 대표자로서 근태와 관련해 조금은 자유롭지만, 제 성향이 근태 관리에 있어 대단히 섬세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근무 시간 보다는 부여 받은 업무를 수행하고, 완료 후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퇴근을 하는 시점에 저는 대리 기사로서 출근을 준비합니다. 준비라고 해야 대단히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폰 충전 상태와 보조배터리 잔량 정도를 체크하고 기타, 복장이나 운행 과정에 필요한 물품들을 점검해 보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첫 대리 운전은 2016년인가 2017년의 어느 날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음주와 흡연에 찌든 뇌세포가 정확한 시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충 저 시기 9월인가 10월의 어느 날 이었을 겁니다.
처음 대리를 시작했을 때는 퇴근 후 하루 1건의 집 방향으로 가는 콜을 수행 했습니다. 약속이 있거나 하는 날을 제외하고 1주일에 3건에서 4건 정도의 콜을 2달 정도 수행했었는데, 1개월 기준 40만원 전후의 부가적인 수입을 올렸습니다. 언제부턴가 콜 수를 조금씩 늘리다가 하루 3-4 건의 콜을 소화하고 새벽 1시 전후 귀가하는 생활을 반복했을 때는 1달 기준으로 120여만원의 추가 수입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 개인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대리 운전계에서 잠정적 은퇴를 단행했습니다만, 최근 창업 후 이런 저런 시행착오의 결과로 '돈'을 채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이유로 다시 밤거리에 복귀해 낯선 분들의 운전대를 대신 잡아드리고 있습니다.
처음 콜 수를 늘리던 날, 평소처럼 퇴근시 복장 그대로 콜을 수행하면서 철저한 준비는 '생존의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운전만 해 주면 되는데 무슨 오바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불 밖은 지옥이고, 여름의 밤거리는 '유황 지옥', 겨울의 밤거리는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 만큼이나 생존에 적대적인 환경입니다.
어느 날, 어느 순간 산길을 헤메거나, 광활한 논밭 가운데서 출구를 찾아야 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등산을 하면 오르는 것 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한양 4대문 안에 멧돼지가 출몰하기도 하는 시대에 이 격언은 기억해 두어야 하는 선조의 지혜입니다.
저의 생존과 평온한 '대리 수행'을 위한 출근 준비에 관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①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는 대리 운전을 위한 근본 of 근본 인 아이템들입니다. 특히,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한다면, 십중 팔구 새벽 1-2시 정도 베터리 잔량을 보며 공포에 떨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보통 오후 4시 정도에는 스마트폰을 풀충전 하기 위해 충전기를 연결합니다. 보조배터리를 사용했다면 귀가 후 바로 충전기에 연결해 풀로 충전시켜 두죠.
한때 2개의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녔었는데, 너무 무거웠습니다. 안 그래도 어깨가 짝짝인데 오른쪽 어깨와 3번 갈비뼈가 곧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1개만 가지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충전 상태만 이상 없다면, 1개면 충분하기는 합니다.)
② 복장 점검
점검이라니까 뭔가 대단한 규칙이라도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리 운전은 기본적으로 복장 규정이 따로 없고, 법인에서 나오는 오더. 즉, 어느 정도 의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면 가릴 곳만 가려지는 옷을 입으면 됩니다.
제가 점검 하는 건, 기본적인 상태입니다.
옷의 얼룩, 떼, 그리고 그 날 기상 상황에 따른 적절성 정도입니다.
제 자신이 복장에 자유로운 편이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면 족하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보통, 청바지에 티셔츠, 기상 상황에 따라 점퍼 정도만 추가로 걸치고는 합니다. 반바지나 트레이닝복은 자제하는 편이지만 주말에 일하는 경우에는 트레이닝복에 티셔츠를 입고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아직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일한 적은 없습니다.)
적절한 옷을 입고 나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대리 기사로서 일하는 시간의 30%는 걷거나 달리는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복장의 상태가 당일 컨디션을 좌우하죠.
③ 크로스 백 (생존 배낭)
사무실 제 자리에는 크로스백이 하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 같은 '투잡 기사'들의 경우 퇴근 후 백팩을 메고 '콜'을 수행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절대로 비추입니다. 매번 가방을 풀렀다 메는 것도 일이고, 고객의 차 안에 가방을 놔둘 장소가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최소한의 물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크로스백 만한게 없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멘다면 운전석에 타고 내릴 때, 가방을 건드릴 필요도 없고 콜 수행도 훨씬 효율적이고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비싸고 좋은 백도 필요 없습니다. 밤거리의 그 누구도, 손님들도 제 크로스백엔 눈길 한번 주지 않으니까요.
오랜 경륜의 기사님들의 경우 한손에 전화기만 들고도 일을 잘 처리하시지만, 저는 아직 그 정도 공력을 쌓지 못했고, 어느 정도 필요한 물품 들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보기에 크로스백은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 중 하나입니다.
④ 현금
많은 분들이 카드로 대리 운전 요금을 지불합니다. 이 경우 기사는 수수료를 제한 포인트를 지급 받고, 대리 운전 업체에 출금 신청을 해서 현금화 하죠.
그러나 여전히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좌이체로 받는 경우도 있지만, 굳이 현금으로 주시겠다는 분들도 있죠. 이럴 경우를 대비해 약간의 현금은 필수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⑤ 밤거리를 헤메기 위한 생존 보급품
제 크로스백에는 기본적으로 보조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용량은 10,000mAh 짜리로, 샤오미 제품을 쿠텐에서 12,000원인가에 구입했습니다. 이 배터리는 제 스마트폰을 1회 풀충전시키고, 1회는 절반 정도 충전시킬 수 있는데, 무게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가 적당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다음과 같은 물품 들을 구비하고 다니는데, 기본적으로 대리 운전 수행 시간 동안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한 물품들을 주로 가지고 다니는 편입니다.
- 생수, 레쓰비
걷고 달리는 일이 많은 특성에 따라 생수 한병 정도는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레쓰비는 그냥 제 '최애' 입니다.(사랑한다. 레쓰비!)
- 손수건, 페이퍼 타올 약간
걷고 달리다 보면 겨울에도 땀이 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전하는 것은 손님에게도 부담일테죠.
페이퍼타올은 우리 회사가 입주해 있는 지식산업센터 화장실에서 적당량을 슬쩍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 1+1 or 2+1, 행사 초코바
당 떨어질 때를 대비해 1-2개 정도의 초코바를 넣어 둡니다.
- 은단, 항히스타민제
은단은 졸릴 때를 대비해 가지고 다니고, 히스타민제는 환절기 비염이 있는 저에게는 필수품입니다.
예를 들어 위염이나 궤양이 있는 분들이라면 1번 정도 분량의 제산제를 가지고 다니시길 추천드립니다.
밤 거리에서 영업중인 약국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아니 불가능한 일입니다.
⑥ 기타.
이렇게 콜 수행을 위한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나면, 이제 할 일은 앱을 켜는 겁니다.

출근하기를 눌러서 '콜대기' 상태에 들어간다고 바로 콜이 잡히거나 운행을 시작하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진정한 고민은 이제 시작이죠.

'이대로 대기를 타면서 콜을 잡을까? 아냐... 약속의 땅으로 이동해?'
특히,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고민은 강도를 더해 가고, 내적 갈등이 심화됩니다.
나중에 다루게 될 이야기지만, 대리 운전의 세계에는 몇가지 머피의 법칙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움직이면 콜이 뜬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콜을 수행해 A지역에 도착한 후 30분을 대기했음에도 콜을 얻지 못했다면, 콜이 기대되는 장소로 이동해서 다음 콜을 얻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래서 대중 교통이 다니는 시간이라면 지도앱을 통해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검색하고 이동 후 버스를 타고 장소를 옮기게 되죠.
이때, 버스에 탑승 후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놀리듯이 '콜 알림'이 들어오는데... 이런 경우를 '움직이면 콜이 뜬다'고 하죠.
즉, 대리 운전은 순간 순간이 갈등과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콜대기를 하면서 그날 하루의 동선을 짜 보기도 하지요.
물론, 제가 짠 동선에 근사하게 운행을 하게 되는 경우는 10번의 1번 정도가 될까 말까 하지만... 로또 복권 구입 후 행복한 상상으로 잠자리에 드는 마음과 비슷한 마음으로 꿀콜의 연속으로 '단내' 가득히 귀가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으로 동선을 짜 보기도 하죠.


사실, 대리 운전을 위한 출근 준비는 별 거 없는 그저 그런 '돈벌이'에 나서는 과정일 겁니다.
그래도 그 그저 그런 '돈벌이'가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어떤 날은 계획이 대충 맞아 들어가면서 기분 좋게 귀가를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거리에서 자신과의 대화만 반복하다가 허탈하게 귀가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떤 일을 하더라도 겪게 되는 일상 중 하나일 겁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는 만큼, 기억이 남고, 수중에 손님들이 지불하는 '요금'이 남겨집니다.
그리고 그 남겨진 흔적을 발판으로 삼아 매일 밤거리를 헤메는 수고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 대리 운전 기사로서 지금 제 삶의 오늘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출근 후 하게 되는 실제 '일 '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꿀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