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일기 1 : 대리의 짜세 - https://just-way.tistory.com/4
대리일기 2 : 출근도 퇴근도 덧 없다 - https://just-way.tistory.com/6
대리일기 3 : 끌콜과 똥콜 사이에서... - https://just-way.tistory.com/7
대리일기 4 : 당신에게 대리 운전이 필요할 때. - https://just-way.tistory.com/9
대리일기 5 : 세상에 사연 없는 대리 기사가 있으랴. - https://just-way.tistory.com/10
대리일기 6 : 오후 6시 난 퇴근 후, 출근을 준비한다. - https://just-way.tistory.com/11
대리일기 7 : 손은 눈보다 빠르다. - https://just-way.tistory.com/13
대리일기 8 :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사치 - https://just-way.tistory.com/14
대리일기 9 : '콜'의 발생학 - https://just-way.tistory.com/16
안녕하세요. 접니다.
오늘은 밤 거리에 복귀한 후, 간만에 충실하게 콜을 수행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콜을 타기 시작해서 이것 저것 안 가리고 일단 타고 보자는 마음으로 12콜을 수행하고, 꽤 벅찬 가슴을 안고 새벽 2시 구로구청에서 콜을 마무리했습니다. 바로 귀가하려고 했는데... 비가 쏟아져 인근 순대국 집에서 '술국'에 소주한잔 걸치고 3시 30분 쯤 비가 좀 조용해진 틈을 타고 귀가해 샤워를 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의 글은 기사로서, 나의 입장에서 '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적고 싶었는데...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대리운전'이라고 하는 업 전체에 변화가 오고 있거나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자 합니다.
그나저나 비가 오는 날의 일은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운전도 힘든데... 더 체력을 갉아 먹는 건 '불편해진 대기'와 '부자연스러워진 손'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야 방수가 되니, 고장이 나는 건 아닌데... 화면에 튄 물 때문에 터치가 제 멋대로 돌아갑니다. 우산을 들고 폰을 만지다 보면 어느새 부처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죠.
소주 한잔 하고 들어와 타이핑을 하는 지금, 몇시간 전 거리에서 느끼던 스트레스가 마치 꿈 처럼 느껴지지만, 곧 일상이 될 '비와 기사들의 이야기'지요.
- '대리운전' 환경의 변화
'대리운전' 환경의 변화와 관련해 거리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공급의 초과'입니다.
대리운전이라는 것이 특별한 기술이나,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본업으로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밤 거리에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가장 큰 것은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된 '단가'와, '콜'이 사라지는 속도, 그리고 소위 '똥콜'이라고 부르는 낮은 단가의 '콜'의 매칭율입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음주 문화도 변화했고,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는 '피크 타임'이라고 부르는 '콜이 많이 발생하는 시간의 범위'가 확연히 좁아졌음을 느끼게 되고, 동시에 '콜밭'이라고 부르던 핫스팟 역시 변화가 큽니다.
대부분의 애주가들에게 '대리운전 비용'은 그 무엇보다 아까운 비용입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 중, 집을 제외하면 가장 비싼 것 중 하나인 '차'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리운전'은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강요된 비용'에 불과합니다.(누군가는 오늘도 이 강요에 저항을 했을 테고, 또 그렇게 하나의 뉴스를 만들었을 겁니다.)
이런 여러가지 요인들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거나 혹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대리 운전'이라는 일의 환경은 조금씩, 그렇지만 확실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선명해 지는 '투잡'으로서의 효용성
위에 적은 변화 속에서 불투명해지는 것은 '전업'으로서의 가치이고, 선명해 지는 것은 '투잡'으로서의 효용성입니다.
즉, 대리운전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고, 투잡으로서는 그 가치가 점차 높아지는 것 같다는 겁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테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리운전이 '생업'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하루 15만원 이상의 수익이 꾸준히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대리 운전' 외에 다른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커지게 됩니다.
즉, '전업 기사'들의 '생업'으로서 '대리운전'의 효용성이 낮아지고 있고, 경기 침체 및 낮은 임금 상승률, 그리고 높은 물가 상승률은 기존에 '부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던 사람들에게 '투잡'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는 와중에, '대리운전'은 가장 용이하게 접근해 볼 수 있는 '부업'인 겁니다.
- Ai 오토파일럿은 대리 기사를 대체할까?
밤거리에 복귀하면서, 최대한 빨리 다시 복귀를 번복하고 은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전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은 아니었지만... '운전'이라는 기능적 행위에 대한 의존성은 점점 낮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생각해 보면 해결해야 하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겁니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된다고 해서, '운전면허'가 사라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장담할 수 없습니다. 상당기간 '자율주행'은 운전 면허를 소지한 '운전 기술자'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를 겁니다.
자율주행하는 차에 술을 마신 '차주'가 앉아 있는 것은 '음주 운전'인가? 아닌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겠죠.
어쩌면 미래의 대리운전은 술에 취한 차주를 대신해 운전석에 앉아, 돌발상황에 대비해 주는 것으로 변화할지도 모르지요.
분명한 건, 대리운전이라는 '업'의 미래가 상당히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 그럼에도 해야 할까?
현 시점에 효용성이 있으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변화하는 환경이나 시대에 맞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는 해야만 할 겁니다.
대리 운전의 많은 시간은 '생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몸으로 체감하는 변화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차고도 넘치는 것이 밤거리 '콜'을 기다리는 '대리 기사'들의 현실입니다.
대리업체들의 난립, 높은 수수료, 고객들의 갑질, 낮은 단가 등은 '대리 운전의 현실'일 수는 있지만, 현실의 원인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분명 환경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가 체감하는 환경의 변화는 자영업자들의 한숨과도 직결된 것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환경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게 되는 사람들은 '시간을 돈으로 교환해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 특수고용직 등...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환경의 변화에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환경의 변화에 대항해 '항상성'을 유지할 수단을 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생업'이어서 환경의 변화가 위기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부업'이어서 '항상성'을 향상시키는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글은 다시, '대리 운전'의 실무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좋은 일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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