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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일기 4 : 당신에게 대리 운전이 필요할 때. - https://just-way.tistory.co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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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일기 8 :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사치 - https://just-way.tistory.com/14
대리일기 9 : '콜'의 발생학 - https://just-way.tistory.com/16
대리일기 10 : 대리운전의 미래 - https://just-way.tistory.com/18
안녕하세요. 접니다.
며칠 개인적인 일처리 및 대리운전, 새로운 광맥 탐색 등 시간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제(6월 17일) 부터, 새로운 프로그램 '로지D1'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리운전을 시작한 이후로 제 루틴은 '카카오T대리'를 메인으로 하다가 'T맵대리'가 나온 이후로 이를 서브로 활용하는 것이었는데...이번에 복귀하고 보니 대리운전 판이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카카오는 너무 경쟁이 심해서 단가도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제한적인 '콜'을 두고 기사들 간 경쟁이 심했습니다. 평균 하루 8콜 정도는 소화해야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카카오는 죽는 시간(대리 기사들은 운행을 하지 못하고 거리에서 콜을 잡기 위해 버리는 시간을 '죽는다'라고 표현합니다.)이 너무 길어졌고, T맵대리는 자체 콜이 없다 보니,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 이 문제(대리운전을 통한 수익의 안정성 확보 방안)를 좀 깊게 다뤄볼까 했는데... 작성하던 글이 있어서 그 글 부터 마무리하고 다음글에서 다뤄볼까 합니다.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꽤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주제였습니다.
며칠 전,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는 시덥잖은 안부를 묻더니 조금 조심스레 요즘 뭐하고 사냐고 물어보더군요.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만, 대충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하니 한번 만나자고 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최근 일하고 있는 직장 상황이 불안해 보이고 급여도 2년째 동결 중이라 뭔가 다른 '벌이'가 필요한데 내가 대리운전을 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듣고 전화를 했다고 하네요.
술한잔 살테니 조언을 좀 해달라고 하는데 이 녀석, 내가 하루치 수익을 포기하고, 만나야 할 정도로 친한가 고민은 했지만 그래도 살아 보겠다는데... 이야기는 들어줘야지 싶어서 일간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일용직들에게 하루치 수익을 포기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평소 연락도 안 하던 친구에게 전화를 해 궁금하지도 않은 안부를 묻고, '부업'정보를 물어보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밤거리에서 '돈'을 채굴하고 있는 제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코로나를 지나고 현 시점의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고, 그 범위가 제 주변으로까지 확대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오늘은 '부업'으로서 대리운전을 고민하며 생각해 봄직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세상의 중심에서 '부업'을 외치다.
세상에는 '부업'이 넘쳐납니다. 그만큼 돈을 추가로 벌 수 있다는 방법은 무궁무진 하지만 실제로 부업을 고려해 보면 만만해 보이는 일이 별로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기술, 시간, 의지 등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하다 못해 뻔뻔함 마저 부족해서는 '부업'에 뛰어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구글에서 '부업'을 검색해 보면 무려 259만개의 정보가 검색됩니다. 하나의 정보에서 1원만 벌어도 259만원이죠.
유튜브에도 각종 부업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몇분만 투자하면 몇만원이 생긴다고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도 하고, 한달 1,000만원을 버는 것도 가능하다고 '왜 안 하세요?' 라며, 하루 빨리 시작하라는 유튜브 전문가들의 '조언'을 손가락질 몇번으로 눈에 뽕 차도록 시청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이 대부분 '돈' 이야기에 치중되는 이유는, '부업' 이야기의 종착지가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정보를 보며 무언가를 시작해 보려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걸 어떻게 몇분으로 하나?'라는 고민부터, 이거 언제 모아서 '돈'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나?라는 고민으로 넘어 가면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죠?
어떤 자원이나 재화를 이용하여 생산이나 소비를 하였을 경우, 다른 것을 생산하거나 소비했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잠재적 이익을 말합니다.
소위 요즘 유행하는 '앱 테크'나 전통적 부업, 말하자면 '인형 눈알 붙이기'같은 가내수공업 형태의 부업들은 들이는 시간 대비 '수익'이 높지 않습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지만, 시간을 들이면 주업이 영향을 받고,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적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부업'은 고려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요컨대 부업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조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1. 갈려나가는 시간 대비 적정한 수익(시급 환산 시, 최저시급 이상일 것)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2. '주업'과 양립 가능해야 한다.
3. 특정한 기술, 초기 자금 등 진입장벽이 낮거나 없어야 한다.
위의 조건들을 고려해 '부업'을 고민하다 보면 한두번씩은 해 보는 것이 있습니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 본다거나, 위탁판매 셀러를 해 본다며 개인사업자를 내거나 하는 식으로 온라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해 보지만 실제로 시간이 필요하거나, 일정 수준의 자본, 또는 스킬이 필요할 경우가 많습니다.(잘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대부분 피라미드 식이죠.)
주식이나 코인 투자 등 돈을 돈으로 바꾸려다 돈이 허공으로 증발해 버리면, 결국 시간을 정해진 금액으로 환산하는 가장 원시적이지만 정직한 '부업'에 관심이 도달하게 됩니다.
2.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일의 의미
자유와 평등, 권리와 책임이 화두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온전하게 자유롭지 못하고, 평등하지도 않으며 책임에 대한 접근성 역시 동등하지 않습니다.
S전자의 회장이나 대리운전을 하는 나나 똑 같이 가진 유일한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의 가치가 다를지언정 시간의 총량은 모두에게 같고 전환되는 비율이 다를지언정 시간을 '돈'으로 바꾼다는 본질에서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일은 모바일 시대가 오기 전, RPG게임과 비슷한 속성이 있습니다.
모바일이 주류가 된 게임에서 '시간을 돈으로 사는 일'이 가능해 졌지만 과거 PC나 콘솔로 즐기던 게임들은 게이머가 게임에 투자한 시간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일에서 '정직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곧 '노오오오오오오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유일한 진입장벽인 만큼, 일단 시작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누구나 아르바이트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신문 돌리기, 노가다, 커피숍, PC방, 접시닦이, 서빙, 편의점 등... 많은 아르바이트가 있고, 또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그러니까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는 일은 정해진 환산 금액이 있습니다.
정해진 나의 시간을 정해진 돈과 맞바꾸는 거죠.
누군가는 이러한 변환을 '노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하겠지만, 저는 '시간'을 중심으로 생각합니다.(맑스의 기본적인 철학과도 같은 거죠.)
3. 대리운전
위에 이야기한 아르바이트들과 대리운전 사이에는 내가 투입한 시간이 얼마의 돈이 될지 모른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특성이 다른 아르바이트나 '일'에 비해 낮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지요.
노가다를 뛰려면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대충 5만원 정도 하나요? 일간 수료증을 받아 놓을 계획입니다.) 택시를 몰고 싶어도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봐서 택시 면허를 따야 하고, 개인택시 번호판은 '억대의 돈'이 필요하기도 하죠. 식품접객업 또한 보건증을 받아야 하고, 그에 맞는 위생교육이 필요합니다. 택배는 팔자에도 없는 화물차를 구매해서 시작해야 합니다.(지입이라고 하죠.)
대부분의 일은 '대기'나 '휴식'에 소모되는 시간도 돈으로 환산되지만, '대리운전'은 '운전을 하는 시간'만이 돈으로 바뀝니다.
'대리운전'은 접근하기가 쉽습니다.
준비물은 '운전면허증' 뿐입니다.(누구나 집에 운전면허증 1장은 있잖아요. 그죠?)
면접도 필요 없습니다. 앱이 시키는대로 정보를 입력하고, '신청' 버튼을 누르면 2-3일 내로 승인 메세지를 받는데, 그 시점으로부터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마법을 시전할 준비가 끝납니다. 실제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앱을 깔고 대리운전 기사로서 일할 여건을 갖춰 놓은 분들도 많습니다.(저는 택시운전자격증명도 받아 놓기는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거리에는 '대리운전 기사'가 넘쳐 납니다.
매일 밤 서울의 강남을 비롯한 각 지역의 소위 '핫 스팟' 마다 몇백명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단 하나의 콜'을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지요. 시간을 돈으로 바꾼다는 것의 의미는, 시간을 돈으로 바꾸기 위한 조건을 스스로 쟁취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요즘, '대리 운전'을 제도권 내의 서비스로 편입시키려는 시도 내지는 '노동조합'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떨까요? 과연 대리운전 기사 개개인을 놓고 보면 좋은 일일까요? 시간을 돈으로 바꿔내는 일의 의미에 더해 '노동'이라는 잣대는 대리운전 기사 개개인의 욕망을 반영할 수 있을까요? 다다음 번 정도에 다뤄 보겠습니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대리운전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시작하는데 별다른 자본이 필요하지 않으며, 다른 누군가의 운전석에 앉을 마음의 준비만 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내 시간이 얼마로 바뀌어 있을지 모른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그 만큼 '매몰비용'이 낮아서 큰 부담이 없습니다.
4. 무언가를 시작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그것을 시작하는 것 뿐.
담배를 끊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그 순간부터 담배를 끊는 것 뿐입니다. 공부를 하는 유일한 방법이 그 순간 책상에 앉아 책을 펴는 것 뿐이 듯, 대리운전을 시작하는 유일한 방법은 앱을 깔고, 기사로서 승인을 받아 거리로 나가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리운전'을 고민하게 될 때 까지 발목을 잡던 많은 고민들이 여전히 발목을 잡습니다.
'콜은 어떻게 잡지?'(손가락으로요.)
'돈 못 벌면 어떻게 하지?'(접으세요.)
'취객 상대가 쉬울까?'(남들 주사가 당신 보다는 나아요.)
'사고 나면 어떻게 하지?'(보험처리 합니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지?'(고생한다고 팁이라도 주겠죠.)
위에서 요즘 대리운전 판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고, 적정 수익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비춰보면 '대리운전'도 이미 포화시장이고, 레드오션일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해보고자 한다면 해 보라고 말합니다.
최소 하루 4-5만원의 추가적인 수입은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고, '주업'을 유지한 상황에서 확실한 소소한 수입이 보장되는 '부업'으로서 '대리운전'은 여전히 매력적인 수단입니다.
물론,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대리운전 역시 10명이 신규 진입하면 2-3달 내로 2-3명만이 남아 꾸준하게 '콜'을 수행합니다. 그럼에도 거리에 '대리운전 기사'가 넘치는 이유는 그만큼 새롭게 시장에 들어오는 '기사'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부업'으로서의 매력이 높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버린다고 해도, 1-2달의 시간 뿐이니까요.
곧 제가 밤거리에 처음 나섰을 때의 이야기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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