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비의 부업일기

[대리 일기 : 20] 대리운전의 본질 - 이동서비스 VS 배송서비스

Ginbee's Wonderland 2023. 9. 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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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접니다.

 

어젯밤, 마지막 콜에서 재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시간은 새벽 1시 정도 였는데 저는 강남구 포스코사거리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근 210m 거리에서 영등포 선유도역으로 가는 콜이 잡혔는데, 선유도역에서 당산역으로 이동해서 N51 버스를 이용해 귀가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출발지로 이동을 했습니다.

 

출발지에 도착하니, 2명의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유' 여부를 확인하니 경유는 없고, 한사람의 동행인은 선유도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를 한다고 했습니다. 동행인은 뒷 좌석에서 취침 모드에 들었고, '차주'는 앞 자리에서 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경유'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누게 되었습니다. '차주'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강남에서 영등포까지 택시비 줄여줬으면 된 거지, 집 까지 데려다 주는 건 아닌 것 같다. 대리운전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차를 집까지 옮겨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리 가자. 저리 가자. 라고 하고 싶으면 택시를 탈 일이지. 대리운전은 그렇게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닌 것 같다.'

 

흥미로웠습니다. '대리운전'이라는 일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다고 생각되었죠. 혹시 대리운전을 해 보았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랍니다. 다만 평소 대리운전을 이용하면서 가지게 된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뭘?)

 

대리운전은 무엇이고, 대리기사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대리운전 이라는 서비스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합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대리운전'을 하는 기사들도 자신이 택시기사인지, 버스기사인지 잘 모르고, 심지어 '개인 기사'의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대리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리기사가 하는 일은 '고객의 안전한 귀가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차를 안전하게 목적지에 가져다 줘서 차주가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입니다. 음주 등, 어떤 이유로 자신의 차를 이동시킬 수 없게 된 사람을 대신해 '차를 목적지로 옮겨 주는 일'이 대리운전의 본질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대중 교통 서비스나 택시와 같은 서비스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대리운전의 서비스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차'인 겁니다.

 

대리운전 업체들이 자신들에게 '콜'을 요청하도록 하기 위해 조금 과하게 '대인 서비스'를 강조하거나,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중개하는 '대리운전'의 본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콜을 수행하는 기사나 콜을 요청하는 '차주'나 이에 대해 생각을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대리운전의 범위와 기사의 역할,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차주'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는 합니다.

 

대리운전은 기본적으로 '탁송'과 같습니다. '차주를 차량에 태우고 목적지에 차를 가져다 주는 차량 탁송'을 대리 운전이라고 부르는 거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보험 구조도 '운전자 외 탑승자'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사전에 고지 되지 않은 '경유'나 상식적 범주에서 벗어난 이동 경로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처리 문제도 탁송 보험과 같습니다. 제가 운행 중 경유를 요청하거나 현장에서 추가 요금을 내겠다며 경유를 요청하는 것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대리운전은 기본적으로 '탁송'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동 경로'를 결정하는 문제 역시도 이동 거리에 비례 해서 비용을 내는 '택시'하고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언젠가 '통행 요금'에 대한 클레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차에 하이패스가 없고, 고속도로 이용에 동의한 적이 없으므로 '통행료'를 환불해 달라는 주장이었는데, 할 말이 있으면 '카카오'와 이야기 하라고 하고 따로 대응하지는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통행료는 '차주'가 부담합니다. 사전에 '톨비 포함' 등의 조건을 걸지 않았다면 당연한 것이고, 설사 '차주'가 클레임을 걸어도 그에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차주가 잠이 들었다면 일단 하이패스로 통과하고, 미납 통행료는 후에 차주가 내면 되죠. '무료 도로' 이용에 따라서 이동 시간이 늘어난다면 그에 대한 추가 요금을 요구하거나 합의가 안될 때는 운행을 안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들 때문에 '대리운전'의 본질이 '탁송'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리운전 노조나 단체들이 '대리운전 기사들의 권익'을 높이는 문제에 앞서 '대리운전'의 정의 부터 명확히 내리고 일종의 표준 약관이라고 할까... 뭔가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정리하는 일 부터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대리기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많은 문제들은 대부분 '대리운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 특히, '갑질'과 같은 문제라는 것의 대부분은 상호 간 책임, 권한과 의무 등이 명확하지 않아서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야 그에 대한 시비도 명확해 지고 자신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리운전을 하신지 얼마 안 되었거나, 새롭게 대리운전에 진입하려는 분들께서는 '대리운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시고,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일인지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시길 조언드립니다.

 

대리운전은 '대리운전을 요청한 차주의 차량을 차주와 동행해서 차주가 요청한 목적지까지 운전을 해 옮겨서 주차를 해 주는 일'입니다.

 

위와 같은 이해 속에서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한다면, '슬기로운 대리생활'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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