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일기 1 : 대리의 짜세 - https://just-way.tistory.com/4
대리일기 2 : 출근도 퇴근도 덧 없다 - https://just-way.tistory.com/6
대리일기 3 : 끌콜과 똥콜 사이에서... - https://just-way.tistory.com/7
대리일기 4 : 당신에게 대리 운전이 필요할 때. - https://just-way.tistory.com/9
대리일기 5 : 세상에 사연 없는 대리 기사가 있으랴. - https://just-way.tistory.com/10
대리일기 6 : 오후 6시 난 퇴근 후, 출근을 준비한다. - https://just-way.tistory.com/11
대리일기 7 : 손은 눈보다 빠르다. - https://just-way.tistory.com/13
대리일기 8 :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사치 - https://just-way.tistory.com/14
대리일기 9 : '콜'의 발생학 - https://just-way.tistory.com/16
대리일기 10 : 대리운전의 미래 - https://just-way.tistory.com/18
대리일기 11 : 대리운전을 시작하는 유일한 방법 - https://just-way.tistory.com/19
대리일기 12 : 카카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https://just-way.tistory.com/20
대리일기 13 : 밤거리에서 콜 사냥을 시작하려를 당신에게. - https://just-way.tistory.com/21
대리일기 14 : 대리운전 무작정 따라하기 1. - https://just-way.tistory.com/22
대리일기 15 : 대리운전 무작정 따라하기 2. - https://just-way.tistory.com/23
대리일기 16 : 대리운전 무작정 따라하기 3. - https://just-way.tistory.com/24
대리일기 17 : 비선호지역에 대한 고찰. - https://just-way.tistory.com/25
대리일기 18 : '경유'에 대한 고찰. - https://just-way.tistory.com/28
안녕하세요. 접니다.
대리운전 기사가 파는 것은 '기능(운전)'입니다.
어떤 이유든 '대리운전'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이들이 '운전'이라는 특정한 기능을 대리 기사들에게 구매하는 겁니다.
판매 형태의 측면에서 '대리운전'은 판매자가 직접 구매자를 찾아간다는 점에서는 '방문 판매'에 가까워 보이고, 직접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간접 거래' 형식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리운전이라는 프로세스에서 구매자와 판매자는 일단 출발지에서 만나야 서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악셀을 밟기 전에는 구매하는 기능의 '질'을 확인할 수 없고, 내 기능을 구매하는 구매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택시나 버스, 그리고 지하철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규격화된 서비스의 형태가 만들어져 있고, 요금 역시 사회적으로 합의되어 있지만, 대리운전의 경우에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거래하고 있는 상품'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갈등이 발생하고는 합니다.
한가지 생각해 볼까요? 대리운전시 이동 경로를 결정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이동한 시간과 거리에 비례해 비용을 받는 택시는 고객이 선호하는 이동 경로를 지정하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요금이 얼마라 해도 소요된 시간과 이동한 거리에 맞춰서 나올테고, 고객이 그 비용을 내면 '갈등'이 발생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리운전은 정해진 금액이 있고, 가장 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따라 주차까지 완료하면 끝나는 일이기 때문에 때로 이동 경로를 놓고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충남 대전에서 경기도 수원을 온다고 했을 때, 이동 경로는 상당히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질 겁니다.
카카오 맵을 이용해서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현 시간(오후 5시 26분)의 이동 경로를 비교해 봤습니다. 위 두개의 경로 중 어떤 경로를 택해 운행해야 할 지, 결정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운행 시간 차이가 40분이나 존재하기 때문에 이동 경로에 대한 문제는 때때로 고객과 기사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외에도, 손님의 상태라던가, 성향 등에 따라 다양한 측면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죠.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시쳇말로 하는 '진상 고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고객과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유형'은 나중에 따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예시를 든 이유는 고객의 성품이나 대리운전 서비스 내지는 기사에 대한 이해 정도에 따라 갈등의 발생이나 정도 등, 갈등의 양상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리운전을 하면서 지금까지 수행한 콜 수는 6,000건은 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까지 만나온 고객의 수는 10,000명은 안되도 8,000명은 넘을 것 같고, 첫콜을 잡는 지역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은 고객을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인원으로는 5,500명 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까지 만나온 고객들을 '진상'이라는 측면에서 제 개인적 기준으로 대충 유형화 해보면 다음 표와 같습니다.
위 표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경험에 근거해 작성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충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분들이나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대리 운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취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취객'과 관련한 감정 노동은 사회적으로 '대리 운전'에 대해 가지는 가장 공고한 고정관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경험을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만나온 고객의 80%는 음주 후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음주 후 대리운전을 이용하신 분들 중 제 감정을 힘들게 할 정도의 '취객'이라 할만한 분들은 10%가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멘탈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잊어버린 기억도 있을 수 있지만, 대충 그정도인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도 주로 카카오를 이용해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에서 목격할 정도의 '취객'이 되어 버리면 직접 '입력'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앱'을 이용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전화를 받거나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제 시간을 조금 허비시키기는 하지만 그렇게 어렵거나 힘들다고 생각되는 고객들은 아니었습니다.
70% 정도의 대리운전은 '운전'만 하기 때문에, 특별한 기억도 없고 어떤 감정이 소모되거나 유쾌하거나 불쾌하거나 할 일도 없죠.
그래서, 누군가 부업을 고민하면서 대리운전을 알아본다고 할 때, 저는 '취객 상대'의 어려움은 크게 고민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고는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대리운전을 할 때, 기사들을 힘들게 하는 소수의 고객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죠.
1. 안하무인
가장 많은 유형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없는 유형을 말합니다.
이들은 주로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출몰하는데, 하대는 기본에 막무가내로 자신의 주장만을 하기 일쑤입니다.
며칠전, 저는 서초동에서 인덕원역을 간다는 콜을 '로지' 프로그램으로 잡았습니다. 메모에는 '업소콜'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콜은 손님의 요청을 듣고 업소에서 전화로 '대리운전'을 요청한 콜을 이야기합니다.
대리운전 앱들은 콜을 잡고 출발지를 확인하면 지도로 알려줍니다.
'로지'의 경우 T맵을 이용하고, 이동 경로 역시 '자동차가 이동하는 경로'로 알려줍니다. 그래서 실제 출발지와 지도에 표시된 출발지 사이에 최소 50m에서 최대 200m 정도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호출자(업소 주인)와 전화를 하고, 지도에 표시된 출발지에 가니 메모에 표시된 업소명이 적힌 간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거죠. 어쩔 수 없이 다시 전화를 해서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하니 짜증이 시작됩니다. 은근슬쩍 반말도 섞이고, 자꾸 올라오라는데 평지인 사거리에서 '올라가는 방향'이 도대체 어디란 말입니까. 그래서 근처 편의점 이름을 대고 그 기준으로 말해달라고 하니 자기 가게도 모르면서 어떻게 대리운전을 하냐고 또 반말을 합니다.(이때 콜을 뺏어야 하는데...)
어찌 어찌 출발지에 가니 업소 사장이 나와 있어서,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 나 잘 아냐? 물어보니 그런게 아니고 위치를 잘 모르셔서 그랬다는 둥 이야기를 하길래 대한민국 사람이 다 사장님 가게를 알아야 하냐? 항의를 하고 앞으로는 주의하라 말 해주고는 고객의 차량으로 가서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지인들과 가게 사장이 어떻게든 빨리 출발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 때 콜을 뺐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서 또 감정 노동을 했습니다.
분명 도착지는 인덕원역이었는데, 평촌 먹자거리가 되고 내돈 내는데 도착지도 못 바꾸냐고 하기도 하고, 서비스 마인드 교육을 받기도 하고... 정말 진상질이란 진상질은 다 당했습니다.
아마 이 글을 그 때 업소 주인이나 고객이 본다면 기억이 날 겁니다.
그렇게들 살지 마세요.
참고로 저는 이런 분들의 하대나 무례한 언행을 그냥 듣고 삭히는 편은 아닙니다. 기부금 받는 것도 아닌데, 제가 그럴 필요는 없겠죠.
대리운전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구매해준데 대한 감사를 표하는 만큼, 판매해준 고마움도 챙기시면서 일 하시길 바랍니다.
80% 이상의 고객들과는 서로 고맙다고 인사하며 기분 좋게 헤어지게 됩니다.
2. 원격 조종
이 유형의 고객들은 주로 뒷자리에 앉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많은 고객들이 뒷자리에 앉지만 대부분은 그냥 도착지에 도착할 때 까지 스마트폰을 본다던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반면 이 유형의 고객들은 이것 저것 시키는 게 많습니다.
에어컨을 켜라. 높여라. 낮춰라. 실내등을 켜라. 창문을 열어라. 등... 지시사항이 아주 으리으리 합니다.
심지어 콜센터에 할 말이 있다고 전화를 연결해 달라는 분도 있죠. 카카오의 경우 고객 센터가 달라서 기사는 고객 센터 번호를 모른다고 하면, 알아 봐라. 이 정도는 해결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속을 긁죠.
이 유형의 분들이 1번 안하무인 유형과 합체하면 끔찍한 혼종이 됩니다.
3. 극한의 효율 추구
이전 글에서 몇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대리운전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헷지 수단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원하는 고객들은 복수의 대리운전 업체, 그리고 복수의 앱에 각기 다른 가격으로 콜을 올리고 가장 적은 비용에 수락된 콜만 남기고는 취소를 하고는 하죠.
그래서 콜리스트를 보다 보면, 같은 콜이 다른 가격으로 4-5개씩 올라오는 기현상도 목격하고는 합니다.
이 유형의 고객들은 주로 '현금'을 지불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운행을 끝낸 기사에게 '딜'을 치기도 하죠. 깍아달라고 하거나 돈이 부족하다고 하거나 말이죠.
물론, 그에 응해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이체를 받거나 ATM기에 데려가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받아내고, 만일 그래도 못 주면 경찰을 부릅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런 일들을 바로잡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오면 저는 대기 비용도 추가로 받아냅니다.
이런 유형의 고객들은 의도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4. 경유
지난 글에서 '경유에 대한 고찰'을 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경유를 요청하면서 추가 비용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거나 추가 비용을 내는 만큼 뽕을 뽑으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이 가장 심하게 감정 노동을 일으킵니다.
5. 말로 형언할 수 없음
6개월에 1번 정도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괴물'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옆자리에서 XX를 하거나, 배변을 한다거나... 길거리에서 하면 잡혀갈 일들을 옆자리에서 합니다. 그리고 말도 겁니다.
이정도 되면 감정 노동이고 뭐고 없습니다.
경악!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습니다.
6. 진상은 어디에나 있다.
제 기준에서 상대하기 힘들었던 고객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취해서 그러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제 경험으로 '진상'은 술에 취하나 안 취하나 진상입니다. 인간 고쳐쓰는 거 아니라는 말은 정말 진리입니다. 술이라는 것이 그 정도를 조금 높힐 수 있을지 모르나, 없던 것을 만들어 내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이 유형의 고객들은 원래 그런 유형의 '인간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고, 돈을 지불하는 자신의 입장에 심취하고, 안하무인의 태도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 힘들게 하는 것은 대리운전 기사들 만이 아닙니다.
이 유형의 분들이 사회 곳곳에서 '갑질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분들이 소수라는 점은 다행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존중하고, 상호간에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고객들의 '본새 없는 망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 하세요. 참아줄 필요 없습니다.
대부분의 '진상 고객'들은 단호하게 대응하면 꼬리를 내립니다.
진상고객들의 개과천선을 기대하며, 이 분들로부터 고통받는 많은 분들의 정신 건강을 기원합니다. 힘 내세요.
행쇼~
[대리 일기 : 21] 대리운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생길 일들. (4) | 2023.09.22 |
---|---|
[대리 일기 : 20] 대리운전의 본질 - 이동서비스 VS 배송서비스 (0) | 2023.09.20 |
[대리 일기 : 18] 피할 수 없는 복병 - '경유'에 대한 고찰 (2) | 2023.08.31 |
[대리 일기 : 외전 01] 로지발 대리운전 수수료 논란에 대한 개인적 생각 (0) | 2023.08.21 |
[대리 일기 : 17] 비선호지역(오지)에 대한 고찰 - 조난 체험 (0) | 2023.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