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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일기 2 : 출근도 퇴근도 덧 없다 - https://just-way.tistory.com/6
대리일기 3 : 끌콜과 똥콜 사이에서... - https://just-way.tistory.com/7
대리일기 4 : 당신에게 대리 운전이 필요할 때. - https://just-way.tistory.com/9
대리일기 5 : 세상에 사연 없는 대리 기사가 있으랴. - https://just-way.tistory.com/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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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일기 7 : 손은 눈보다 빠르다. - https://just-way.tistory.com/13
대리일기 8 :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사치 - https://just-way.tistory.com/14
대리일기 9 : '콜'의 발생학 - https://just-way.tistory.com/16
대리일기 10 : 대리운전의 미래 - https://just-way.tistory.com/18
대리일기 11 : 대리운전을 시작하는 유일한 방법 - https://just-way.tistory.com/19
대리일기 12 : 카카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https://just-way.tistory.com/20
대리일기 13 : 밤거리에서 콜 사냥을 시작하려를 당신에게. - https://just-way.tistory.com/21
대리일기 14 : 대리운전 무작정 따라하기 1. - https://just-way.tistory.com/22
대리일기 15 : 대리운전 무작정 따라하기 2. - https://just-way.tistory.com/23
대리일기 16 : 대리운전 무작정 따라하기 3. - https://just-way.tistory.com/24
대리일기 17 : 비선호지역에 대한 고찰. - https://just-way.tistory.com/25
대리일기 18 : '경유'에 대한 고찰. - https://just-way.tistory.com/28
대리일기 19 :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 https://just-way.tistory.com/29
대리일기 20 : 대리운전의 본질 - https://just-way.tistory.com/31
안녕하세요. 접니다.
지난 몇 건의 이야기가 어둡거나,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일종의 정신노동자의 고충과 연관지을 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이건 이것대로 또 나름 무거울 수 있겠지만, 일단 시작합니다.
대리운전을 하거나, 하게 되거나, 하게 될 거거나. 당신에게 생길 일들.
1. 긍정적 변화 : 준법 정신이 높아집니다.
대부분의 대리운전 기사들은 높은 확률로 철저한 준법 운전자입니다. 이 정도가 심해서 때때로 '차주'들이 빨리 운전해달라고 하기도 하죠. 하지만, 한번의 딱지로 하루 수입의 절반 이상을 날릴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법치주의의 수호자가 됩니다.
얼핏, 대리기사들은 최대한 많은 콜을 수행해야 하니까 과속을 일삼을 거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대리운전 콜 수행 상황에서 열심히 과속하고, 카메라 피해서 달려 봐야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5분 내외에 불과합니다. 5분의 시간 절약으로 몇 건의 콜을 더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루 수행할 수 있는 콜의 갯수는 물리적으로 한계점이 있고 범칙금은 아무리 잡게 작아도 하루 기대 수익의 30% 이상을 차지합니다. 벌점은 덤이고요.
물론, 모든 기사들이 준법정신을 체화하는 긍정적 변화를 겪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대리운전 기사는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고, 양보도 잘 해주는 모범 운전자가 됩니다.
2. 부정적 변화 : 겁쟁이 운전자가 됩니다.
많은 운전자들이 주차를 힘들어 합니다. 그와 더불어 차가 빽빽히 들어찬 주차장이나 지하주차장에서 출구로 이동하는 통로에서 많은 부담을 느끼죠. 평소 별 부담 없이 주차장을 들락거리고, 주차를 해오던 운전자들도 대리운전을 시작하면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고, 도로까지 나오는 과정, 그리고 목적지에서 주차를 하는 과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배우게 됩니다. 엄청난 겁쟁이가 되죠.
대리운전을 하며 기사들은 많은 종류의 차를 다루게 됩니다. 한국에 출시되어 굴러다니고 있는 모든 종류의 차를 몰아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더라도, 보통 운전자들보다는 다양한 차를 몰아 보게 되죠. 문제는 매번 달라지는 차량에 감각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겁니다. 경차를 운전하다가 바로 대형 수입차를 운전할 경우, 그 감각의 오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모든 차가 같은 구조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요즘은 전기차도 늘어나면서 변속기의 형태, 각종 조작 레버나 버튼의 형태와 위치 등이 제각각 입니다. 한사람의 기사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량의 조작법에 통달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물론 저만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T사의 전기차는 액셀을 밟고,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하는 느낌이 일반적인 내연기관차와 많이 달라서 지금도 여전히 스무스하게 굴리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재미있는 건, 고가의 수입차 오너들이 차를 많이 가지고 나오는 경향이 있는지 콜을 수락하고 출발지에 가 보면 으리으리한 수입차를 만져야 하는 경우가 전체 콜의 50%는 넘는 것 같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보험에 가입합니다. 혹시 모를 사고 발생시를 대비한 거죠. 그리고 대리운전 기사들이 가입하는 보험의 자기 부담금은 사고 처리 비용과 관계없이 처리 1건당 30만원이고, 제가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보상 범위가 종합보험하고는 좀 다른 것으로 압니다. 또 보험처리를 자주 하면 갱신이 거부되고, 더 이상 대리운전 일을 할 수 없게 되죠. 30만원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2-3일 정도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입니다. 그래서, 수리 비용이 30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피해 차주에게 열심히 빌어서 현금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써야 하는데, 이 때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운행이 불쾌했다면 배가 되겠죠.
대리운전 중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주차 중 범퍼나 휠이 기둥이나 연석 등에 접촉하는 등 경미한 접촉사고입니다. 제 차라면 그냥 지나갈 만한 일이지만 돈을 내고 대리운전을 맡긴 차주가 있는 타인의 차량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야 하죠. 보통 20만원이나 25만원 선에서 현금을 주는 것으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라도 하는 이유는 보험처리를 위한 자기부담금과 별차이가 없더라도 보험처리 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리운전을 하는 기사들은 주차된 차량에 올라 시동을 걸고 주차장에서 빠져 나오는 과정과 도착지에서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겁쟁이가 됩니다.
위 사진과 같은 사고를 쳐 버리면, 대리운전을 통해서 버는 수익으로는 처리가 안될 겁니다. 그래서 무리한 주차나 이동은 안 하게 되죠. 때때로, 이 정도 주차도 못하냐고 빈정상하게 하는 차주들이 있지만 그냥 기분 한번 나쁜게 낫습니다. 괜히 시도했다가 인실ㅈㅅ 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변화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겁쟁이가 되세요.
3. 중립적 변화 1 : 철학자가 됩니다.
대리운전의 길은 '사색'의 길입니다.
대기를 할 때도, 콜을 잡고 이동을 할 때도, 그리고 운전을 할 때도 머리 속에는 수 많은 망상이 도심의 야경과 섞여 머리를 휘저어 놓습니다.
어느새, 확고한 인생 철학 하나씩은 가진 철학자가 되어 있기도 하죠.
특히, 자신의 과거에 대해 곱씹을 시간이 넘쳐 흐릅니다.
더 나아가 삶, 사회, 공동체 등 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훙륭한 개똥철학 하나씩은 다 가지게 되죠.
이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은 많고 생각할 거리는 많으니 이 또한 대리운전을 지속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겠죠?
4. 중립적 변화 2 : 로또 복권을 삽니다.
왠지 그럴 때가 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헤매다 운명처럼 오아이스를 발견한 것은 운명을 느끼는 그런 때.
대리운전 기사는 어느날 도착한 낯선 곳에서 운명처럼 '복권판매점'을 만납니다.
몇달 전, 강화도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만났죠.
단군 할아버지께서 손을 내밀어 주시는 느낌이란게 이런 걸까 하는 마음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자동 10게임을 주문했습니다. 운명이었는데, 그냥 운명이었어요. 그랬다고요.
5. 중립적 변화 3 : 모든 것을 콜 단가로 환산하기 시작합니다.
대리운전 기사에게 '콜'은 천국 티켓이면서, 지옥문의 초대장이기도 합니다.
적정한 금액의 콜을 찾는 일에 익숙해 지면 운전을 하게 되는 모든 상황에서 '콜 단가'로 환산을 시도해 봅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인간 관계도 '콜 단가'로 환산을 시도하죠.
하룻밤 수익의 평균 금액을 잡고, 인간 관계의 경중을 따지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 주변 관계가 심플해 지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즉, 하루치 수익을 포기해서라도 만나야 할 관계와 낮에 만나고 밤에는 일을 해야 할 관계, 그리고 딱히 만나지 않아도 될 관계로 구분을 하게 됩니다.
만나는 시간 까지도 환산을 해 보기도 하고, 저녁에 만나더라도 최대한 본론만 나누고, 바로 다시 콜지옥에 떨어져야 할 관계도 설정하고는 하죠.
뭐... 주변이 좀 심플해 지기는 합니다. 하하.
6. 중립적 변화 4 : 건강이 있었는데, 없습니다.
제 경우, 하룻밤 대리운전을 수행하면서 평균 도보 이동 거리는 5-6km 정도, 걸음 수로는 8,000보에서 12,000보 정도 됩니다. 밤에 술도 안 마시고, 열심히 칼로리를 소모하게 되니까 건강해 지겠죠.
문제는 제가 담배를 피운다는 겁니다. 대기 시간중 피우는 흡연량 자체가 늘어서 걷기를 통해 얻은 건강 수치 +2의 상승분이 지속적으로 너프를 받는 느낌입니다.
물론, 비흡연자라면 건강에 큰 도움을 받으실 수 있겠지만... 이것도 수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쇄할 것 같으니 그냥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어 보아요.
대리운전을 하면서 얻게 되는 직업병(?) 내지는 변화라고 할 만한 것들이 더 많을 거지만, 지금 생각나는 건 이정도네요.
더 생각나면 추가로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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