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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일기 : 23] 당신과 나의 동상이몽 : 대리운전의 적정가격 - 2

긴비의 부업일기

by Ginbee's Wonderland 2023. 11.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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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접니다.

 

날이 조금씩 추워지고 있습니다.

 

겨울 밤거리는 생존에 적대적인 환경입니다.

 

몇가지 방한용품을 급하게 준비했는데 중국산을 구매했더니 실패한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대충 살아남아 봐야겠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 글에 이어 대리운전의 적정가격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1. 대리운전 이용 요금의 원가요소

 

겨울에 이러고 있으면 얼어 죽을 수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현재 서울 지역의 택시비는 1.6km 기본 거리에 4,800원의 기본요금을 받습니다. 이후 131m, 30초당 100원의 추가요금이 붙게 됩니다. 일단 심야 할증은 젖혀 두기로 하죠. 택시의 기본요금과 거리, 시간별 추가요금이 그냥 결정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법인택시인지, 개인택시인지에 따라서 원가요소도 다를테고, 원가율이 다르겠지만 다양한 원가요소와 외부 요인이 고려되어 현재의 택시 요금이 결정되었을 겁니다.

 

현재 대리운전에는 이와 같은 식의 기준이나 비용 결정을 위한 공식 같은 것은 없습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도착지를 가진 '콜'이라고 해도, 어떤 콜은 '똥콜'이고, 어떤 콜은 '꿀콜'이죠. 때로는 대리운전 비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당일 차주의 '컨디션'인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요금의 기준이 없고, 콜을 요청하는 개인이 그날 그날의 판단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비용으로 콜을 요청하고, 콜 수락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조금씩 금액을 조정합니다.

 

즉, 대리운전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개인이 지불할 비용을 결정하고, 대리운전 기사가 그 비용을 수용하는 순간 결정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찰나의 순간에 결정을 해서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죠. 결국, 최종적으로 운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사 개인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을 세워서 대응하는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대리운전이 필요한 측의 입장을 잠시 접어두고, 대리운전을 해야 하는 기사의 입장에서 '원가'라는 걸 한번 생각해 보죠.

 

출발시간, 위치, 도착지, 운행시간, 주차 후 기회비용, 수수료 등, 많은 원가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요소 중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1순위로 도착지, 2순위로 운행시간 입니다.

 

 

위 표는 며칠 전 제 운행 내역입니다. 이 정도면 상당히 양호하게 계획대로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하루 6건 정도를 할 수 있다면 13만원 이상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시간을 늘리면 수익을 더 늘어나겠지만, 부업으로 하는 대리운전을 하는 입장에서는 하루 7건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위 표에 기록한 운행을 한 날, 가장 크게 고민을 하고 수락을 한 콜은 공덕동에서 부평으로 가는 콜이었습니다.

 

운행시간이나 이후 콜 대기 시간, 그리고 이동 방향을 생각하면 자칫 하루가 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이 생길 때는 40,000원이라는 비용이 적정한 가격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수행한 콜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저한테는 딱 맞아 떨어지는 귀가콜이었고, 비용도 35,000원이면 크게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실, 시간대로 보자면 상당히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30,000원이나 25,000원이라도 귀가를 생각하면 잡아야 하는 콜이었으니까요.

 

이날 운전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콜은 부천 상동에서 인천 계양구로 가는 콜이었습니다. 조금 더 대기를 해서라도 바로 서울 쪽으로 이동을 할까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습니다. 금액이 25,000원 정도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리운전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제가 콜을 고르는 기준은 도착지와 운행시간입니다. 다음 콜을 수행하는데 크게 어려움만 없다면 이동 거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동거리가 길면, 다음 콜 수행이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지역도 지역 나름이니까요.

 

대리운전 기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차주들은 대부분 이동거리를 중심으로 비용을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관악구 소재 신림역에서 같은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모 주공아파트에 간다고 해 보죠. 차주들의 입장에서는 4km 정도 거리에 15분 내외만 이동하기 때문에 15,000원 정도 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관악산을 접하고 있는 이 도착지는 25,000원을 받는다고 해도 선뜻 가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주차 후 다시 신림역 쪽으로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대략 30,000원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고 이 안에는 주차 후 콜 대기 지역까지 이동 비용을 포함하는 겁니다. 물론 그날 운이 너무 좋아서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듯이 주차 후에 인근에서 콜을 잡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행운을 가격 결정에 고려할 수는 없을 겁니다.

 

대체로 여의도나 강남 같은 소위 말하는 '콜밭'으로 이동하는 콜들의 적정가격이 낮은 이유도 주차 후 대기 장소까지 이동하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면 운행시간과 이동시간을 포함해서 60분 기준으로 수수료를 제외하고 30,000원 정도의 기대 수익이 제가 생각하는 '적정가격'의 기준입니다. 물론 도착지, 그리고 몇가지 변수로 본다면 최대 20,000원 전후의 오차가 생기겠지만 서울 시내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게 생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2. 시간대별 대리운전 비용의 변동성

 

대리운전 요금은 택시하고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택시 요금은 심야시간에 오르고, 대리운전 요금은 밤 9시 - 11시30분 까지 가장 비싸고 이후 점차 떨어져서 새벽 4시 정도가 되면 상상도 못한 요금의 '콜'들이 콜 리스트를 장식합니다. 소위 피크타임이라고 부르는 시간대에는 콜 요청이 많아서 가격이 오르고(수요 증가), 피크타임이 지나면 콜 요청이 줄어들어서 가격이 떨어진다고(수요 감소) 보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을 본다면 위 이야기 처럼 생각해야 하고, 대리운전을 요청하는 차주, 그리고 대리운전 업체들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피크타임에 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그 이상 공급도 증가합니다.

 

흔한 콜 단가 비교

 

그럼 한번 실제 피크타임과 피크타임 이후 단가 변화를 볼까요? 위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비교하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물론, 피크타임이라고 모든 콜이 다 단가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심야라고 해서 무조건 단가를 낮추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런 경향성은 있다는 거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심야에, 기회비용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무턱대고 수락하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위에 올려드린 콜리스트의 가격들은 저 시점에는 '제안 가격'이 됩니다. 제가 '수락'을 해야 확정이 되는 거죠.

 

대리운전은 개인과 개인이 직접 흥정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턱대고 콜을 수락하다 보면 힘은 힘대로 들고, 수익은 남는 게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무턱대고 콜을 수락하고 운전을 하다 보면, 대리운전 기사 모두의 수익에도 악영향이 발생할 겁니다.

 

단독배정이라 하고, 여러명의 기사들에게 동시에 콜 카드를 띄우는 카카오나 넘치는 공급에 대비해 세밀하지 못한 플랫폼의 기능적 문제가 있을지라도, 스스로 수락한 콜은 어떻게든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한번 더 도착지나 운행시간, 그리고 그에 대비해 이 차주가 제안한 가격을 수용할 수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하고 콜 수행을 수락하시길 바랍니다.

 

4. 당사자가 개입할 수 없는 가격 결정 시스템의 폐해

 

카카오나 T맵 앱을 이용해 대리운전을 호출할 때, 플랫폼은 3단계의 기준 가격을 제시합니다.

 

대부분 이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선택하겠죠? 그것도 싫으면 가장 낮은 가격 이하의 금액으로 직접 입력을 합니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대리운전이 필요한 고객이 10,000원을 내겠다고 하면 굳이 사랑하는 고객님을 위해 8,000원으로 기사를 구해주겠다고 역제안을 합니다.

 

운전은 제가 하는데, 가격 경쟁은 업체가 하는 꼴이죠. 저는 그 업체에 소속된 기사도 아닌데 말입니다.

 

문제는 소위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는 대기업 플랫폼이 제시하는 가격이나,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위해 제시하는 금액이나 둘 다 뭘 기준으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대리운전 업체가 뿌린 라이터를 배포당한 점포에서 콜이 발생하면 '업소비'라는 것도 떼어 갑니다. 업소비는 정액으로 5,000원 정도 하니까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만원짜리 콜이면 2천원은 대리운전 업체가 수수료로 떼어 가고, 5천원은 손님에게 라이터를 준 점포에서 가져가고, 첫 콜이면 700원의 프로그램 이용료, 900원의 보험료가 떼어지는 겁니다. 대리기사가 용역을 제공해서 받는 비용으로 고객 사랑도 하고, 영업비용도 낸다는 겁니다.

 

제가 소위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을 하면서 정해진 급여를 받는 사람이라면, 대리운전 업계의 고객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카카오나 T맵, 그리고 대리운전 업체들의 고객입니다. 굳이 생각해 본다면 저 역시 대리운전을 위한 '콜' 정보를 구매하는 겁니다. 10,000원 짜리 콜을 수행한다면 2,000원에 그 정보를 구매해서 8,000원의 수익을 얻는 거죠.

 

대리운전을 하는 기사들, 실제 용역을 제공하는 개인들이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운행을 함에 있어 적정한 수익을 얻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단가 하방 압력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이런 구조에 대해 그저 하루 하나의 콜을 수행하는 것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하루 하나의 콜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겁니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결론은 단순합니다.

 

콜 수락 전, 적정 가격에 대해 1초만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면서 안전하게 꿀콜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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